영화계에도 ‘한중 해빙무드’오나…물밑 접촉 시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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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서울=연합뉴스) 조재영 김계연 기자 = “한중관계가 풀리고 있다고는 하는데, 빨리 풀리기보다는 앞으로는 불확실성이 없도록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.”

영화 제작사 문와쳐의 윤창업 대표는 13일 오전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이같이 말했다. 윤 대표는 경기콘텐츠진흥원 등이 이날부터 중국 광저우와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‘한중애니메이션·웹툰 비즈니스 상담회’ 참석차 중국을 찾는다.

한국영화 ‘블라인드’의 중국 리메이크판 ‘나는 증인이다’를 제작해 2015년 중국에서 흥행시킨 윤 대표는 “영화와 드라마, 애니메이션 등 몇몇 큰 프로젝트가 (사드 사태 이후) 중국과 계약 직전에 틀어지거나 보류됐다”면서 “이번에 중국에 가서 파트너들과 다시 한 번 접촉해보려고 한다”고 말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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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드(THAAD·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) 갈등으로 냉각됐던 한중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영화계도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. 아직 상황을 낙관할 수 없지만, 조금씩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커지는 분위기다.

다음 달 20일 개봉하는 영화 ‘신과 함께’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“얼마 전 중국 업체 2∼3곳으로부터 ‘신과 함께’ 수입과 관련한 문의를 받았다”면서 “‘신과 함께’가 스케일이 크고, 가족드라마인 데다 액션도 담겨있어 중국 측에서도 관심을 두는 것 같다”고 말했다. 원 대표는 이어 “한중 동시개봉이 이뤄지면 좋겠지만, 동시개봉이 어려우면 순차개봉을 추진하려고 한다”고 밝혔다.

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“지난달 부산영화제 기간에 중국 바이어들과 비공식적으로 만났다”면서 “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본 결과,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”고 전했다.

이달 초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‘아메리칸필름마켓(AFM)’에서도 중국 측 바이어들이 한국영화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.

지난해 사드갈등이 불거진 이후 한국 영화계의 중국 진출은 사실상 올스톱이었다. 한국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단 한편도 중국에서 개봉되지 않았다. 그 이전까지는 ‘명량’ ‘감시자들’ ‘설국열차” 늑대소년’ 등 해마다 3~4편이 중국 극장에서 간판을 내걸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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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중합작 프로젝트도 중단됐다. 김기덕 감독이 중국 제작사와 추진한 420억원짜리 합작영화 ‘무신’도 제작 자체가 무산됐다.

해외 로컬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CJ E&M의 경우 중국판 ‘수상한 그녀’인 ’20세여 다시 한번'(2015)과 지난해 8월 개봉한 ‘파이널레시피’ 이후 별다른 한중합작 프로젝트를 내놓지 못했다. CJ E&M이 추진 중이던 ‘베테랑’과 ‘장수상회’의 중국 리메이크판과 한·중 합작 블록버스터 ‘쿵푸로봇’ 제작 역시 진척을 보지 못했다.

CJ E&M 관계자는 “아직 문화예술 분야에서 중국 측의 가시적 조치가 나온 것은 아닌 만큼 뭍 밑에서 중국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”고 말했다.

중국 현지법인 쇼박스차이나를 설립하고, 중국 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와 함께 3년간 한중합작영화 6편 이상을 제작하기로 했던 쇼박스 측도 “시간이 좀 걸리겠지만,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”고 말했다.

한국 영화계가 중국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. 한국 영화시장 매출 규모는 수년째 2조 원대로 정체상태인 데다, 관객 수 역시 2억명 수준에서 늘지 않고 있다.

중국시장이 막히면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‘제3국 진출론’이 힘을 얻기도 했다. 그러나 미국에 이어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중국을 빼놓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.

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영화 관객은 13억7천200만명으로 전년 대비 8.9% 증가했다. 새로 문을 연 극장도 전년 대비 26.3% 늘어나 전체 극장 수는 7천900곳, 스크린 수는 4만1천179개에 달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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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국시장을 잡으려면 한국 역시 중국영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.

올해 들어 국내 개봉된 중국영화는 56편, 전체 관객 수 가운데 중국영화 점유율은 0.1%에 불과하다.

임대근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(한국외대 교수)는 “중국도 ‘저우추취(走出去·해외진출) 정책을 통해 자국의 대중문화를 해외로 적극적으로 알리려 하고 있다”면서 “중국과 이웃한 한국은 중국 대중문화의 ‘테스트시장’이자, 세계 7위 규모인 문화콘텐츠 시장으로, 중국에도 꼭 필요한 시장”이라고 말했다.

임 교수는 “이런 구도를 잘 파악해 중국에 정서적 혹은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국 콘텐츠를 받아들여서 상호작용을 할 필요가 있다”고 강조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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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저작권자(c) 연합뉴스, 무단 전재-재배포 금지>2017/11/13 11:34 송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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